여우비 신주는 새벽닭이 울 때부터 엉덩이 한 번 편히 붙이질 못하고 온 저택은 물론이고, 저잣거리며 나루터까지 쉼없이 뛰어 다녀야했다. 부뚜막에 불이 꺼지진 않았는지 보다가도, 소호당 앞마당에 쌓인 모래를 쓸다가도, 단아가 떠온 꿀물을 한 잔 하려다가다도 '신주야.' 하는 이연의 부름에 냅다 달려가야했다. 그래도 신주는 간밤 아랫목에서 몸을 지지며 눈을 붙...
무너진 제단 아무리 산신 이연일지라도 혼자서 이무기를 상대하는 일은 버거웠다. 이무기의 만인혈석 검이 이연의 검을 부술 기세로 맹렬하게 부딪쳐왔다. 검이 맞닿을 때마다 이연은 온몸의 뼈가 울리는 기분이었다. 이연은 이를 악물며 버텼다. 빈틈없는 이무기의 공격을 틈타 이연의 검이 날카롭게 틈을 노려보지만 번번히 검날이 이무기에게 닿기도 전에 그의 피부 위로 ...
둔갑 품 안에 이랑은 안고있는 탓에 움직임이 둔한 귀왕은 쉽사리 이연에게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의 이연은 흥분을 하다못해 폭주에 가까운 상태였다. 일말의 이성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이랑이 일어나면 좋으련만. 지금 이연을 달랠 수 있는 건 이랑뿐이었지만 이랑은 요력을 상당히 쓴 탓에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귀왕의 품에 안긴 이랑을 보...
신목 산신 이연이 지나는 곳마다 하늘은 어두워졌다. 어그러진 산신의 심기에 바람은 서둘러 순풍을 올렸고, 강물은 쉼없이 뱃길을 갈랐다. 돛대에 바짝 붙은 신주는 최대한 널찍하게 이연과 거리를 두고 서서는 마른침만 삼켜댔다. 달리 무얼 할 수 있을까. 검은 먹구름만 가득한 하늘에서는 우르릉 하고 천둥이 울릴 뿐이었다. 계곡은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그 산세가 ...
아귀굴 달의 객잔 앞에 선 산신 이연은 굳은 얼굴을 풀지 않고있었다. 입술 단단히 틀어물고 있었는데 입을 떼는 순간 욕지거리라도 내뱉고 싶은 표정이었다. 만월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이연의 얼굴을 흘끔 보고는 대문 아래 놓인 댓돌에 앉았다. 만월의 주위로 잠들었어야 할 반딧불이들이 날아왔다. 만월이 손을 내밀자 한 두마리가 만월의 손마디 위에 앉아 불을 밝히...
뱀비늘 산신 이연의 청에 객잔에서는 연못 위에 배를 띄었다. 신이 난 건 청구에서 온 작은 여우 뿐만이 아니라 객잔의 주인인 만월이었다. 탈의파 할멈의 배웅을 마치고 돌아온 만월은 온종일 그렇게 술을 마셨는데도 부족했는지 만월은 술병이 가득 든 궤짝을 옆에 끼고 앉아 자꾸만 이연이며, 이랑의 잔을 채우기 바빴다. 이랑은 잔을 입가에 갖다댔지만 홀짝이는 흉내...
묘수 비단 보료 위에 귀왕의 팔을 베고 모로 누웠던 이랑은 자꾸만 귀왕의 목덜미를 매만지며 놀라워했다. 여전히 서툰 입질로 피부가 너덜거릴 정도로 짓씹었던 귀왕의 목덜미는 언제 피를 흘렸냐는 듯이 말끔해져있었다. 들짐승에게 할큄을 당한 자국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일각 전만해도 제가 이를 박고 물어뜯었던 피부에는 어느 흔적조차 없었다. 흡혈귀의 회복속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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